짧은 번아웃
6개월간의 교육과정이 쉽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이제 시작한지 한달 반 정도 지난 시점에서 예상보다 빠르게 번아웃이 찾아왔다. 아무래도 개인 프로젝트의 여파가 심했던 것 같은데, 엄청난 의욕을 가지고 시작했는데 결과적으로 벽에 부딪히고 내가 아직도 얼마나 부족한지를 깨닫고나니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보다 순간적인 좌절이 더 크게 다가온 듯 하다.
사실 교육 시작 이후로 공식적인 수업과정 외에도 하루 4시간 정도만 자면서 개별적인 공부를 계속 해왔는데 이 직전까지는 체력적으로 부담을 못 느꼈음에도 멘탈이 흔들리니까 체력도 같이 흔들리게 되었다. 그래서 수업에 집중하기 어려운 건 물론이고 계속해서 두통이 생겨서 이번 한 주간은 복습이나 블로그 포스팅도 제대로 못하고 시간을 허비했다.
문제는 제대로 휴식을 취했으면 차라리 좋았을텐데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는 불안감 때문에 계속 쌓여만가는 공부거리에 스트레스만 더 받으면서 결국 번아웃이 악화되었다는 것이다.
대학생 때는 번아웃이 뭔지도 모르고 아무생각 없이 체력으로 밀어붙여가며 공부를 했던 것 같은데 일을 하다가 다시 공부생활로 돌아오니 그 사이에 요령도 많이 줄고 체력도 많이 변해버렸나보다.
그런데도 나를 조금 더 편하게 풀어주지 못하고 계속해서 밀어붙일 수 밖에 없는 이유는 결국 나는 남들보다 출발선이 많이 뒤쳐져 있기 때문이다. 나의 개인적인 배경이나 기본적인 학습능력과는 별개로 나를 현재 객관적으로 대표하는 수식어는 “비전공자에 30대 늦깎이 신입개발자”이기 때문에 이 수식어를 떨쳐내고 남들과 동등한 기준에서 내 가치를 증명해내기 위해서는 결국 기대 이상에 부합하는 실력을 갖추는 방법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조금 혹독하긴 하지만 지금 내가 이 번아웃을 이겨낼 방법은 그럼에도 앞으로 조금씩 걸어가는 것이다. 스스로 조금 불쌍하다는 생각은 들지만 나는 나를 너무 잘 알고 있다. 차라리 완전히 한동안 손을 놓아버리면 모를까, 그렇지 못한 어줍잖은 힐링은 나를 오히려 더 불안하게만 만들고 실질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다만 반성하는 점은 지금 내가 뛰고있는 레이스가 단거리가 아닌 장거리 경주이기 때문에 지금보다는 조금 더 요령껏 페이스 조절을 해야겠다는 점이다.
잠시 숨을 고르고 생각을 정리했으니 이제 다시 뛰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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