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공 개발자의 첫 취업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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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출근을 한지 벌써 2개월이나 지났는데 이제서야 취업 후기를 남겨본다. 첫 직장은 아니지만 개발자로서는 처음으로 취직에 성공했었기에 감회가 남달랐었는데 어느새 두 달이 지나고 벌써 익숙해지려고 해서 초심이 조금이라도 사라지기 전에 하루빨리 기록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 직장은 AI 서비스 운영을 위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회사로 머신러닝 모델 개발을 위한 데이터 수집, 가공, 라벨링 업무 및 직접 AI 연구개발도 하고 있다. 그리고 여기서 나는 라벨링 툴의 백엔드 포지션으로 일을 하게 되었다. 원래 목표로 했던 머신러닝 엔지니어 포지션은 아니지만 백엔드 업무를 하며 소프트웨어 개발의 기초를 배우고 있기도 하고 인공지능 전문가들과 함께 일하며 실제 AI 연구 개발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매일 보고 있기 때문에 만족하며 일하는 중이다.

취업을 하면서 제일 고민하고 걱정했던 부분은 ‘과연 내가 일을 해도 될 정도로 충분한 실력을 갖췄는가?’였다. 부트캠프에서의 6개월을 포함하여 전 직장 퇴사 후 다시 취직하기까지 약 10개월의 시간 동안 나름 열심히 공부했고 그랬기 때문에 면접도 통과하여 최종 합격을 할 수 있었던 것이겠지만, 그럼에도 어쨌거나 컴공 비전공자로서 기초지식도 더 공부해야 하고 남들에 비해 절대적인 공부량은 부족하다 생각했기 때문에 취업이 됐는데도 첫 출근 직전까지 많이 불안했었다.

이 고민에 대해 2개월이 지난 현시점에서 결론부터 말하자면, 실력이 부족한 것은 맞다. 그렇지만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으며 나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일단 부딪혀보는 것이 좋다.

주변 지인들이나 같이 부트캠프를 수료했던 분들 중에 보면 계속해서 자기 실력이 부족하다는 생각 때문에 취업활동을 안 하고 계속 공부만 더 하는 분들이 있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나의 부족함을 드러내고 싶지 않고, 특히 업무를 못한다는 이유로 혼나거나 눈총 받고 싶지 않기 때문에 스스로 준비됐다는 생각이 들기 전까지는 취직을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과거의 나든 지인이든 그러지 말라고 이제는 꼭 얘기해 주고 싶다. 직접 일을 해보니 공부만으로는 얻을 수 없는 경험적인 부분들이 분명히 존재하고 또 적당한 압박 속에서 혼자 공부하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더 많은 것들을 실무를 통해 배우고 있기 때문에 빨리 일 경험을 해보기를 추천한다.

요즘 읽고 있는 ‘실용주의 프로그래머’라는 책에서도 초장부터 좋은 프로그래머는 어설픈 변명을 대지 않고 부족함과 상관없이 자신의 일에 책임을 지고 대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하는데, 내면에 타격을 조금 입을 수는 있지만(…) 하루빨리 자신의 부족함을 오히려 솔직하게 마주하고 그것을 고치기 위해 노력하는 편이 도움이 많이 되는 것 같다.

물론 내가 너무 좋은 환경에 있는 것일 수도 있다. 입사 후 가장 감격스러웠던 부분이 좋은 선임과 좋은 팀원들을 만났다는 것이었는데, ‘개발자 특)’인지는 모르겠으나 다들 다소 무심한 듯하면서도 은근히 신입인 나를 배려해주는 것이 느껴졌다. 특히 면접을 보고 나를 직접 뽑아준 선임은 내가 딱히 표현을 하지 않았는데도 내 고민들을 알아차린 건지, 지금의 ‘나’는 “충분히 많은 공부를 한 상태고 원래 신입일 때는 자기가 얼마나 아는지 모르는지를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불안할 수 있다”라고 내가 너무나도 필요로 했던 말을 해주셨고 그 말 한마디로 입사 첫 주에 내가 갖고 있던 걱정이 싹 녹아 내려갔다.

그렇다고 일에 대한 부담감까지 사라진 것은 아닌데, 누가 시키지는 않지만 작업 속도나 퀄리티를 높여야 할 것 같아 종종 주말이나 밤늦게까지 집에서도 업무를 붙잡고 있다. 이러다 번아웃이 너무 빨리 찾아오지 않을까도 걱정인데, 이 부담감을 덜어내고 페이스를 조절하는 것 또한 입사 2개월 차의 나에게 남겨진 숙제다.

아무튼 아직까지는 굉장히 만족하면서 직장을 다니고 있다. 그 사이 벌써 많은 경험을 한 것 같은데 아직 2개월 밖에 안됐다는 게 놀랍기도 하고 시간이 알차게 흘러가는 걸 느끼는 게 정말 오랜만인 것 같다. 회사 내 3,4년 차 개발자들 보다 신입인 내가 나이가 더 많다는 것과 대부분 전공자들인데 내가 그중 몇 안 되는 비전공자라는 점 때문에 조금 위축되기도 했는데 수평적인 분위기에 점점 익숙해지니 개발자들에게 결국 중요한 것은 실력이라는 게 체감이 되어간다.

“비전공자 출신 늦깎이 개발자의 네카라쿠배당토 취업 성공담” 같은 드라마틱한 후기는 아니지만 이제 발걸음을 내딛기 시작한 이 길이 찬란히 빛나는, 내가 그리던 목표로 이어질 수 있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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