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번째 이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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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자로서 첫 이직에 성공했다!

팀원들이 줄퇴사를 하면서 프론트 개발자도 없이 나만 남게 되었던 마지막 포스팅 이후 결국 회사에 남기보다는 이직을 선택하기로 했다. 운영에 대한 모든 책임과 권한이 주어진 덕분에 내 연차에 경험하기 어려운 것들을 해볼 수 있던건 좋았지만 결국 혼자 일을 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사실 크게 스트레스 받을 일도 없고 야근도 할 필요 없이 자유로운 분위기에 장점도 많이 갖고 있는 회사였다. 특히 퇴사 이후에도 계속해서 연락하며 지내고있는 좋은 팀원들을 만날 수 있었기에 첫 회사로서는 더할나위 없었다.

하지만 그런 좋은 동료 직원들을 잡지못하고 떠나보내는 회사의 시스템이나 결정권자들의 판단이 이해되지 않았고, 임원진의 의심스러운 선택들은 내가 혼자 남은 뒤에도 계속 이어졌다. 회사는 방향성을 잃어가는데 실무자들의 목소리는 받아들여지지 않고, 나는 개발능력도 중요하지만 제대로 된 조직 문화와 협업 경험도 해보고 싶은데 인력 채용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모습을 보며 더 이상 이곳에서 얻을 것이 없다는 판단을 하게 되었다.

그렇게 결국 8개월만에 퇴사를 했는데… 이직을 준비하면서도 참 재밌는 경험들을 했다ㅎㅎ

일단, 제일 많이 했던 고민은 이력 관리와 경험 차원에서 그래도 1년은 채워야되지 않을까 싶은 부분이었다. 이거 때문에 정말 결정하기가 쉽지 않았고, 막상 이직을 한다고 해도 또 그곳만의 문제들을 분명 마주하게 될텐데 “도망치는 곳에 낙원은 없는거야” 같은 상황이 생길까봐 걱정이 됐었다. 하지만 지금 되돌아보니 안 좋은 곳은 마음 먹었을 때 빨리 나오는 게 현명한 것 같다. 이직을 위해 회사를 네 군데 정도 인터뷰 했었는데 조건이나 근무환경들이 하나 같이 다 이전 회사보다 훨씬 좋아서 지금까지의 고민들이 전부 우물 안 개구리 같은 생각들 같았다. 세상은 넓고 일할 수 있는 곳은 (그곳이 나에게 딱 맞는가와는 별개로) 생각보다 많다…

두번째로 많이 한 고민은 그래서 어디를 선택할 것인지에 대한 부분이었다. 운이 좋았던 것일 수도 있고 시장에 그만큼 개발자들이 부족하다는 것일 수도 있지만 아무튼 이번 이직 과정에서 네 군데 회사로부터 입사 제안을 받았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기존 커리어를 버리고 30대에 다시 신입으로 시작하는 것이 맞는지, 부트캠프를 졸업하고 나오면서도 내가 정말 개발자로 일하며 먹고 살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고민했는데 벌써 이렇게 당당하게 회사들과 동등한 위치에서 내가 먼저 그곳에 잘 어울릴 수 있을지 평가하고 선택할 수 있게 될 정도가 되었다는 점에서 스스로에게 자랑스럽고 뿌듯했다.


이 감정의 이름은, 뿌듯함입니다!

다만, 어찌보면 행복한 고민이었지만 그렇다고 마냥 쉽지만은 않았던 게 결국 내 커리어와 앞으로 몇 년 또는 아주 오랫동안 이어질지도 모를 삶의 모습을 결정하는 일이라서 쉽게 선택할 수가 없었다. 이 부분은 내가 이직을 결심하기 전에 미리 정해놨어야 할 방향들을 잡아놓지 못해서 그랬던 것 같다. 막연하게 ‘인공지능 서비스 쪽 도메인을 중심으로 백엔드 개발을 하고싶다’라는 부분만 정해놨었지 5년, 10년 뒤에 어떤 포지션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싶은지도 생각을 못하고 있었고 지금 내 삶의 우선순위는 무엇인지도 오랫동안 잊고 살았었다.

사실 가장 힘들었던 게, 새 회사로 입사하기 일주일 전에 내가 창업 멤버이자 기획자로 일했던 전 전 회사의 동료들이 나에게 다시 돌아와서 일할 생각은 없냐고 제안을 해주었다. 물론 이번엔 기획자가 아닌 개발자 포지션으로 제안을 해주었고, 내가 나간 이후 다행히 비즈니스가 잘 성장해서 투자도 받게된 덕분에 연봉도 훨씬 많이 올려줄 수 있다고 했다.

만약 돌아간다면 오랫동안 함께했던 좋은 동료이자 친한 형들과 함께 지금은 많이 바뀌긴 했어도 내가 기획하고 애정했던 서비스를 다시 만들면서 분명 즐겁게 일할 수 있었을 것이다. 팀 분위기도 다 알고 있고 편하게 일할 수 있기 때문에 가족과의 시간도 늘릴 수 있을 거고 막연했던 가족 계획도 진행시킬 수 있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고민 끝에 결국 돌아가지 않고 새로운 회사로 가게 되었는데, 두가지 선택 모두 분명한 장점들이 있었지만 아직은 나에게 익숙함 보다는 낯선 환경에서 좀 더 다양한 경험을 하며 성장할 여지가 많다고 생각했다. 예전 회사도 언젠가는 돌아가고 싶다는 마음이 전부터 있기는 했지만 그건 내가 스스로 팀을 이끌고 확실한 변화를 만들 수 있을 정도로 개발 능력과 조직 운영 철학이 생길 때 쯤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아쉽지만 아직 내가 기대했던 타이밍과 맞지 않았다…

지금 회사에 대한 이야기는 글이 길어지고 있으니 다음에 더 이어서 써보는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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