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데이터 인공지능 부트캠프 수료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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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간의 국비지원교육 수료 후기

수료일로부터 벌써 약 두달 반 정도가 지난 지금에서야 뒤늦은 수료 후기를 남겨본다.

2021년 5월 31일부터 2021년 11월 29일까지, 엔코아 플레이데이터 아카데미를 통한 6개월 간의 국비교육 과정 여정이 끝났다. 수료 전에는 6개월이 길게만 느껴졌는데 뒤돌아보니 너무나도 짧은 시간이었다. 교육이 끝나면 스스로 ‘개발자’라고 부를 수 있게 될 줄 알았는데, 아직 그냥 ‘개’인듯… 게임으로 치면 이제 겨우 튜토리얼 끝내고 첫번째 스테이지로 던져진 느낌이다.


그 유명한 더닝크루거 효과. 마음은 지금 절망의 계곡에 도달한 것 같은데, 실제로는 멍청이산의 정상에 도달하기나 했을까?

교육과정을 들으면서 후기를 여러차례 작성했었는데 블로그 검색최적화가 잘 되었는지 국비교육, 부트캠프에 대한 의견을 듣고 싶어하는 사람들 덕분에 방문자 수도 꽤 나오고 종종 이메일로 고민을 보내주는 분들도 있다.

나도 플레이데이터의 교육과정을 선택하기 전 고민을 많이 했고 이미 수강한 사람들과 현업에서 종사하고 계시는 분들의 의견을 필요로 했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종종 후기를 쓰고 질문을 주시는 분들에게 성심성의껏 답변을 드려왔다. 수료하고 시간이 꽤 지났지만 지금이라도 최종 수료 후기를 작성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국비지원교육, 부트캠프를 듣는 것은 정말로 좋을까?

성격 급한 분들을 위해 장단점 다 제쳐두고 일단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좋다고 생각한다. 각종 커뮤니티에서 현직자들끼리도 의견이 분분하고 나도 솔직하게 아직 취업을 하진 못한 상황이기 때문에 절대적으로 좋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나처럼 비전공자이고 개발에 관심이 있는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될지 모르는 사람이라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위에서 게임 튜토리얼에 비교를 했었는데, 튜토리얼을 스킵하고 야생에서 몸소 부딫히고 죽어가며 게임을 배울 수도 있지만 부트캠프는 단순 게임플레이 방법 외에도 이후 캐릭터 전직을 위한 가이드도 주고 튜토리얼을 다 끝내면 초보자용 아이템까지 주는 곳이라고 해야하나?

물론 단점이 있다. 그리고 단점을 현실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국비지원교육/부트캠프 모두가 공통적으로 갖는 가장 치명적인 단점이 있는데, 어떤 커리큘럼이든 6개월 이내의 기간 안에 모든 것을 가르쳐줄 수 없다는 것이다. 광고 문구들만 봤을 때는 교육과정을 모두 듣고나면 빅데이터, 인공지능, 백엔드, 블록체인 등 뭔가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될 수 있을 것 처럼 기대감을 심어주지만 실제 교육과정을 듣고나면 나처럼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사실에 실망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고 커리큘럼의 내용을 다 안 가르쳐준다는 뜻은 아니다. 내가 수강했던 플레이데이터 인공지능 SW개발 과정은 6개월 동안 정말 쉴틈 없이 공부해야 했고, 워낙 방대한 내용들을 다루기 때문에 주제나 언어가 바뀔 때마다 거기에 빠른 시간 안에 적응할 수 있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세부 지식들을 6개월이라는 시간 안에 구겨넣기는 어렵기 때문에 빠르게 넘어가는 부분들도 존재했고 현업에서 바로 일하기 위해 필요한 어떤 절대적인 지식량이 있다면 교육과정의 끝에 도달할 수록 그 절대량을 채우기에는 너무 부족하다는 걸 깨달으면서 좌절하게 만든다.

사실 따지고 보면 개발자가 되기 위한 큰 과정에 있어서 배울게 많다는 건 단점이라고 보기 어렵다. 하지만 이게 단점이 되는 이유는 국비교육과정/부트캠프들의 홍보방식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교육만 듣고나면 모든지 할 수 있을거란 환상을 심어주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으며, 수료 후 바로 ‘네카라쿠배당토’에 입사하거나 신입 연봉 5,000을 받는건 컴퓨터공학을 전공했거나 다른 방법으로 이미 오랜기간 준비를 해온 정말 극히 일부만의 이야기다. 홍보에 속아 멀쩡한 커리어를 집어던지게 되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는 사실은 안타깝지만, 코딩열풍이 일어나기 전부터 공부해왔던 개발자들의 노력을 단 6개월 만에 따라갈 수 있다면 그것 나름대로 또 불공평한 일 아닐까?

결국 국비교육 혹은 부트캠프가 가진 한계/단점에 대처하는 방법은 현실을 인지하고 개인이 노력하는 것이다. 정말 욕심이 있다면 교육과정에서 알려주는 내용 외의 심화과정은 자기가 더 파고 들어갈 수 있어야 하고, 커리큘럼에 따라 어떤 내용에 더 개인시간을 투자하고 에너지를 분배해가며 공부할 것인지 똑똑하게 계획하고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 교육과정이 좋은 튜토리얼이 되는 것은 맞지만 누구에게나 떠먹여 줄 수 있는 정도는 아니다. 미디어가 말하는 개발자의 이미지나 부트캠프의 홍보만 믿고 개발자가 되겠다며 뛰어들기에는 단순 마음가짐보다도 더 큰 노력이 필요하다는 걸 나도 교육을 들으면서 체감하게 되었다.

그리고 수업 내용 외 취업관련 교육, 지원들을 내세우는 경우들이 있는데, 도움이 되냐 안 되냐로 따지면 도움이 되는 것은 맞지만 부트캠프 선택의 절대적 기준으로 삼을만큼 큰 도움이 되지는 않으므로 이 부분은 크게 기대하지 말자.

현실적인 장점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비지원교육을 듣는 것엔 장점이 많다. 일단 대략 3~6개월 정도되는 교육을 무료로 들을 수 있다는 것. 위에서부터 계속 국비교육과 부트캠프를 혼용해서 얘기해왔는데, 대부분 부트캠프들은 비용 지불을 필요로 하지만 일부 빅데이터, 인공지능 과정들은 부트캠프에서도 국비지원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커리어를 고민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일도 못하는 상황에서 6개월 치 교육비가 부담될 수 있는데 이런 점에 있어서는 국비지원이 상당히 좋은 제도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혼자 공부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도 큰 이점이다. 개발 공부는 온라인으로도 좋은 자료들이 정말 많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공부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이 스스로 어디서부터 배워나갈 것인지 커리큘럼을 짜서 실행하기란 정말 어렵다. 나는 어느정도 외부의 압박과 스트레스가 있어야 공부가 잘 되는 스타일인데 처음 개발 공부를 할 땐 혼자서 16시간짜리 파이썬 기초 강의 영상을 완강하는 것조차 힘겨웠다. 교육과정을 듣고 나서야 방향이 잡히고 공부 습관이 들어서 혼자하는 개발 공부가 한결 편해졌는데, 나 같은 사람이라면 기관의 도움을 받는 편이 훨씬 도움이 될 거다.

그 외에도 팀 프로젝트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것과 강사로부터 코드 리뷰를 받는 것, 그리고 현직자 멘토링 기회를 얻을 수 있는 점 등도 좋은 장점이 된다. 스터디를 하거나 커뮤니티를 통해 현직자에게 조언을 구하는 방법으로 커버할 수도 있는 부분이지만 이 역시 아무것도 모르는 초심자일 때는 혼자 찾아서 실행하기 어려운 부분들이기 때문에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그래서, 어디의 교육과정을 듣는 것이 제일 좋을까?

결국 메일로 가장 많이 받았던 질문이 바로 이 것이었다. 하지만 사실 내가 할 수 있는 답은 ‘나도 잘 모른다’이다. 나는 플레이데이터에서 밖에 교육을 안 받아봤는데 어디가 가장 좋은지 물어보면 나도 알 방법이 없다. (ㅎㅎ)

다만, 가면 안되는 곳은 강사들의 퀄리티가 정말 나쁘다거나 커리큘럼이 중구난방으로 엉망인 곳, 그리고 공장처럼 똑같은 포트폴리오를 찍어내게 만드는 곳 정도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 곳을 제외하면 어디를 가더라도 6개월 간 가르칠 수 있는 내용들에 한계가 있으므로 얼추 비슷한 수준의 교육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본인이 희망하는 분야에 대한 최소한의 기초 정보 정도는 미리 공부를 해놓고 배우고 싶은 기술 스택을 기준으로 커리큘럼을 매칭하여 선택하면 알맞은 교육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마무리

그래도 수료 후기인 만큼 엔코아 플레이데이터 아카데미의 교육과정에 대한 솔직한 평가로 마무리를 해보자면,

우선 나는 처음부터 프론트나 백엔드보다 데이터 사이언스에 관심이 있어서 개발에 입문하게 되었는데, 대부분 과정들이 ‘인공지능’, ‘AI’ 라는 키워드를 붙여놓고는 실질적으로는 데이터 분석과 시각화만 가르치고 있었던 반면 플레이데이터는 제대로 된 데이터 엔지니어링 및 머신러닝/딥러닝 소프트웨어 개발 교육 과정을 운영하고 있어서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실제로 교육과정을 통해 분석 뿐만아니라 OpenCV나 ML/DL 서비스 프로그래밍, AWS 등 기대했던 부분들을 배울 수 있었다.

플레이데이터의 모회사인 엔코아가 데이터 컨설팅 업무로 유명하기 때문에 강사들이나 초청 멘토들의 수준이 뛰어났던 점도 마음에 들었었다. 다만 여러 강사들이 교육을 해주다보니 중간에 한 번 커리큘럼이 꼬인다거나, 멘토링과 본 수업에서 진행되는 내용들이 안 맞는 일들이 발생한 건 다소 아쉬웠다.

그리고 한정된 주제와 기능들을 강요하여 찍어낸듯한 포트폴리오를 만들게 하는 기관들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었기 때문에 과연 제대로 된 최종 프로젝트를 할 수 있을 것인지가 가장 걱정됐었는데, 수강생들의 프로젝트 주제 선정에는 전혀 개입하지 않아 자율은 보장하면서 프로젝트를 구현할 수 있도록 멘토링과 AWS 크레딧 지원이 이루어진 점들도 좋았던 부분이다.

코로나로 인해 과정 전체가 비대면으로 이루어져서 동기들과 더 교류를 하지 못한 점 등은 아쉬웠지만 강사와 매니저들이 그만큼 신경을 써준 부분들도 감사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교육의 결과로 개발에 대한 이해가 넓어지면서 아직도 내가 공부해야 될 것들이 너무 많다고 생각하고 과연 이렇게 불완전한 상태로 취업을 해도 되는 것인지 불안한 상태이지만 어쨌거나 교육과정이 초보 개발자의 첫 발걸음을 떼게 해준 좋은 경험이었다고 생각하며, 6개월 전의 나와 같이 선택 앞에서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이 글이 도움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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