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시작

2 분 소요

1.

교육 4개월 차. 한동안 블로그 기록이 뜸했다.

공부에 손을 놓고 있었던 건 아니고, 오히려 공부해야 될 양이 늘어나면서 기록을 할 여력이 없었다. 추석 연휴가 껴있어서 수업일 수는 적었지만 그 사이 자바 기초를 배웠고, HTML, CSS, JavaScript를 다시 한번 복습했고 수업 외에도 첫 코딩테스트와 SQLD를 치렀다.

그리고 여기에 추가로 최종 프로젝트 준비를 위한 멘토링까지 시작되면서 수업 외의 시간 활용이 더욱더 중요해졌고 그러다보니 꼼꼼하게 기록을 남길 여력이 없어졌다.

2.

그런 와중에 연휴 동안 개인적으로 안 좋은 일을 당하여 공부를 전혀 할 수가 없었다. 밀린 기록들과 알고리즘 공부, 여유가되면 추가 개념 공부를 할 생각이었는데 그 무엇도 하지 못하고 공부할 게 더 쌓여버렸다.

3.

어째 중간 기록을 남길 때마다 힘들다는 소리만 반복하게 되는 것 같다. 이쯤되면 초반에만 체력이 넘쳐서 오버페이스로 달릴 수 있었던 거고 그 뒤로는 슬럼프나 번아웃 따위가 아닌 그냥 쭉 힘에 부쳐있는 상태로 지금까지 온 게 아닐까 싶다.

나름 초반에는 계속 달릴 수 있을거라고 자신만만했었는데, 초심을 지킨다는 게 이렇게나 힘들다…

4.

그 와중에 나는 또 최종 프로젝트 조장이 되어버렸다. 사실 오로지 개발 공부에만 전념하고 싶은 마음이 가득한데 왜 자꾸 이런 역할이 내게 주어지는지 모르겠다. 나는 항상 한계에 도달해있는 상태에서 더 뒤쳐지고 싶지 않아 스스로 채찍질을 엄청하면서 앞으로 겨우 나아가고 있는건데 남들 눈에는 여유로워 보이나보다. 나는 싫은데 세상은 내게 감투 씌우는 걸 너무 좋아한다…

아니, 객관적으로 코딩테스트 결과만 봐도 다른 팀장들에 비해 내 실력이 떨어지는데 나는 왜 팀장이 돼있냐고!

5.

퇴사하고 개발자가 되겠다고 마음먹은 이유 중 하나는 IT 분야에서 일하는 것은 재밌지만 기획자로서 문서 작성하고 설득을 위한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게 적성에 안 맞아서였다. 그런데 지금 또 팀장이 돼서 기획안, 요구사항정의서 따위를 작성하고 있으니 현타가 온다.

6.

그래서 지금이야 말로 머리속의 커널을 재시작해야하는 타이밍이 아닌가 싶다.

어디선가 지금 공부 방향이 틀어져서 내 프로세스 속도가 아주 느려졌는데, 방향성을 바로 잡고 남은 2개월의 시간동안의 공부와 취업준비를 다시 초기화된 마음으로 시작하고 싶다.

7.

교육과정상 정말 다양한 개발언어와 프레임워크를 배우고 있다. 그 범위가 너무 넓다보니 나랑 잘 맞는 언어가 존재하는가 하면 정말 지루한 과목들도 존재한다. 이런 점 때문에 사실 갈피를 조금 못잡고 있는 부분이 있었는데, 4개월이 지나고나서야 이 교육과정을 내가 어떻게 써먹어야 할 지 조금 감이 온다.

과목마다 배우는 내용이 많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바로 현업에 투입되기에는 초급수준일테고, 특화된 스킬셋보다는 되도록 여러 분야에서 많이 쓰이는 범용적인 내용이 많다. 그렇다보니 수업내용만 집중해서는 안되고 수업내용을 바탕으로 가고 싶은 방향으로 스스로 공부를 이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느낀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선택과 집중을 해야할 것 같다. 만약 데이터 분석을 하고 싶다면 아무래도 자바보다는 파이썬 공부를 하는 것이 더 중요할테니 굳이 시간을 들여 자바를 마스터하기 보다는 기본 스킬셋만 가져가고 남은 시간은 파이썬 스킬을 높이는데 더 집중하는 것이다.

8.

그리고 지금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일단 기록이 많이 등한시 되었다는 점이다.

다시 기록은 꾸준하게 하되 기록의 퀄리티는 조금 낮춰서 너무 디테일한 설명들을 적기 보다는 날마다 내가 배운 내용들을 나의 언어로 가볍게 정리하는 정도로 간소화 해야겠다. 길고 디테일하게 쓰려다보니 오히려 시간이 많이 들고 실질적인 코드 연습이 부족하다.

당연히 개념에 대한 이해도 중요하지만, 개발은 역시 앉아서 책만 읽는 것보다는 한번이라도 더 직접 코드를 써보고 테스트하는게 맞는 것 같다.

9.

사실 걱정이 많이 된다. 플레이데이터에서 많은 지원을 해주고는 있지만 내가 완벽하게 소화해내고 있지 못하는 것 같다. 남들은 문제 없을 거라고 하지만 단기간 내에 취업이 과연 가능할까? 시간이 더 많다면 좋겠지만 짧은 시간안에 밀도 높은 공부를 한다는 건 지적 능력보다도 멘탈관리 능력이 훨씬 더 많이 필요한 일인듯 하다…

어쨌든, 오늘을 기점으로 다시 재시작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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