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공부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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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자로 일을 시작하고 어언 3개월이 흘렀다. 입사 전까지는 어쨌거나 취업을 해야 하니 블로그와 깃허브 위주로 기록을 남기면서 ‘보여지는 공부’를 주로 했었는데 지금은 당장 공부한 결과물을 누군가에게 보여줄 필요는 없다 보니 남들에게 보이지 않는 공부들을 주로 하고 있다. 되도록 매일 퇴근하고 스터디 카페를 가거나 지하철과 집에서 이론적인 책들을 읽고 있는데 체력적으로 힘든 부분도 있고 아내와 함께하는 현재 삶의 밸런스를 어떻게 맞출 것인가에 대한 고민들도 있긴 하지만 개발 자체는 부트캠프 때보다도 갈수록 더 재밌어지는 것 같다.

다만 요즘 제일 많이 하는 고민은 ‘도대체 다음엔 뭘 공부할 것인가?’ 다. 학원에서 정해주는 커리큘럼도 없고 지금부터는 계속해서 온전히 혼자만의 공부를 해나가야 하는데 무슨 언어를 공부해야 할지, 어떤 개념부터 잡아가야 할지 등이 고민이다. 일단은 그래도 백엔드로 일을 하고 있으니 백엔드 업무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것 위주로 길을 찾아가고는 있는데 애초에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더 많으니 네트워크부터 공부할지, OS를 공부할지, 장고나 파이썬을 더 깊이 파볼 것인지, 프런트 지식을 좀 쌓아놓을 것인지 갈피를 잡기가 어렵다.

실전 코딩을 베이스로 공부하다 보면 기초 지식이 너무 부족한 느낌이고, 그렇다고 이론적인 부분들을 붙들고 있으면 너무 뜬구름만 잡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굴레에 빠져 있다고 해야 하나? 그래서 지난 2주간은 원론적인 고민은 싹 지워버리고 일단은 당장 흥미로운 걸 해보자 싶어서 업무와는 거리가 좀 있지만 바닐라 JS를 공부했다.

그래도 이 고민을 회사 팀원들과 나눠봤더니 상당히 구체적인 조언을 받아서 나름의 고민 해결을 위한 갈피가 잡히기 시작했다. 특히 내 생각을 어느 정도 정리시켜 준 건 선임과 함께 이번에 팀 내 포지션으로 입사지원을 한 어느 경력자분의 이력서를 보면서 얘기를 나눈 것이었다. 우리는 그분의 이력서를 읽고 떨어트릴 수밖에 없었는데, 이력서 상으로 프로젝트 진행 경험도 다양하고 자바 및 서비스 배포, CI/CD에 대한 지식도 풍부해 보였지만 그분이 지원한 포지션은 프런트엔드 개발자였기 때문이다.

핵심은 내가 어떤 방향으로 커리어를 쌓아가고 싶은지를 정하고 그리는 목표에 따라 필요한 공부를 하라는 것이다. 당장 업무를 잘하는 것도 중요하고, 기반 지식을 넓혀가는 일도 물론 중요하지만 목표가 없이 공부를 하면 아무리 다른 많은 것으로 채워져 있다 하더라도 프런트 경력으로 지원을 하면서 관련 지식은 html, css, js 밖에 없는 텅 빈 이력서가 될 수 있다.

물론 지금까지의 내 삶처럼 심리학을 전공하고 스타트업 서비스 기획자로 일하다가 개발자가 되는, 다방면으로 경험을 쌓고 그걸 어떻게 잘 엮어서 시너지를 내는 방향으로 가는 방법도 존재한다. 나의 고민이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겪어왔고 계속해서 겪는 문제이기 때문에 당연히 어떤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란 것이다. 다만 원하는 것이 다방면으로 많은 경험을 쌓는 일종의 풀스택 개발자가 아니라 하나의 방향을 정해서 빠르게 성장하는 것이라면 원하는 포지션 기준을 세우고 거기에 맞는 이력서는 어떤 내용으로 채워져 있을 것인지를 그려나가며 공부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어 보인다.

여하튼 주변에 다양한 방법으로 좋은 자극을 주는 사람들이 많아서 참 감사하다. 고민이 있을 때는 과감하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도 성장의 한 방법인 듯하다. 아, 그리고 배민으로 이직에 성공한 지인의 농담 반 진담 반 술자리 조언에 따르면 다른 책 다 필요 없고 클린코드부터 읽으라고 한다. 당장 내일부터는 클린코드를 정독해야겠다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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